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 이야기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이 배불리 먹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질량 보존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기에 물리적 기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아이가 도시락을 내놓은 순간,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음식을 나누게 되었다는 해석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짧은 일화는 오늘날의 탄소중립 실천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세계적으로 음식물쓰레기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한다. 한국에서도 하루 1만 4천 톤이 넘는 음식물이 버려지고,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력한 온실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단순한 생활 개선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탄소 감축으로 직결된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1톤을 건조·자원화하면 약 0.5톤의 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과학은 수치를 통해 실천의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인간을 움직이는 힘은 단순한 데이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누군가 먼저 내놓았을 때 모두가 풍요로워진다’는 오병이어의 메시지는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 위기를 풀어가는 철학적 키워드가 된다. 나눔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위기를 넘어서는 과학적 해법의 촉매제다.

탄소중립은 거대한 국가 정책으로만 실현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남은 자원을 현명하게 돌려보내는 작은 실천이 모여야ㅗ 한다. 과학적 사실 위에 철학적  의미가 더해질 때, 우리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나눔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 정완태 (박사 / 기술거래사 / 탄소배출권거래중개사)

출처 : 한국소통저널(https://www.kcjournal.kr)